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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에 있어 무조건 지사 설립을 하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지사 운영에 있어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꼭 필요한 경우에 지사를 설립해야 합니다.
1999년과 2000에 시작된 세계적인 IT산업의 활황으로 한국에서도 코스닥바람이 불면서 한국의 기술 밴처기업들은 이곳 실리콘밸리에 너도 나도 지사를 설립하였다. 명목상 미국 진출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지사를 설립하는 업체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업체별로 규모와 기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실리콘밸리에 막연한 동경을 가지고 일단 지사부터 세워 놓고 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사무실만 달랑 세워 놓고 본사에서 인원이 한두명 파견되어 업무를 보고 있으며 그 업무라는 것이 명목상 시장조사라고는 하나 무엇을 하는 지 불투명한 경우가 많았다.
이곳 실리콘밸리에서 크고 작은 지사를 운영하는 업체는 2007년말 약 400여개에 이른다는 비공식통계가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업체들이 지사를 세웠다가 철수하고 이중에는 업무내용이 불분명하고 한국 본사에서 지사 관리를 위해 나온 파견인력 한두명만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진출하는 밴쳐기업을 지원하고저렴한 가격에 사무실을 제공하기 위해 지금은 없어진 한국의 정보통신부가 의욕적으로 만들었던 산호세 소재 IPARK에도 입주업체가 줄어 들고 그나마 나홀로 회사가 많다. 이러한 경우 지사 설립의 목표가 무엇인지 도저히 알수 없다.
미국시장 진출의 목적이 제품이나 기술의 판매 및 마케팅이 아닌 경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많은 경우가 코스닥 상장시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중이었던 중견 기술기업 A사는 두가지의 목적을 가지고 2001년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하였다. 먼저 회사의 홍보효과를 노린 것이었는데 미국에 지사는 코스닥 상장시 회사의 가치를 높히는데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한 투자자문사의 말을 믿고 급하게 지사를 설립하였다. 지사의 관리를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사장의 처남을 파견하여 지사장에 임명하였다.
지사설립의 또 한 가지 이유는 투자 유치였다. 네트워크상의 데이터의 흐름을 관리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A사는 한국에서 이미 매출액이 200억원을 넘어섰고 중국에 수출까지 하고 있어 기술력은 어느정도 인정받고 있었다. 미국의 자본을 끌어 들일 수만 있다면 코스닥 상장시 외자 유치에 성공한 회사라고 포장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다.
A사는 지난해 말 실리콘밸리 지사를 폐쇄하고 2명의 지사원을 철수시켰다. 제품과 기술 판매에 당초부터 관심이 없었던 A사는 오로지 투자 유치에만 열을 올렸다. 현지의 한국계 변호사와 투자 자문역에게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며 투자유치를 시도하였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말만 무성하고 자금은 투입되지 않았다. 경기가 악하되면서 국내의 자금 사정도 좋지 않자 지사의 운영비 절감을 이유로 A사는2006년 미국지사의 전격 폐쇄조치를 내린 바 있다.
현재 A사는 미국의 지사 설립을 후회하고 있다. 코스닥의 심사기준이 강화되고 경영진의 도덕성여부가 도마에 오르게 되자 그동안 지사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송금되어온 운영자금의 회계처리에 문제의 소지가 발생한 것이다. 더우기 지사의 책임을 맡았던 처남의 방만한 지사운영, 그리고 자신이 두 자녀를 처남을 보호자로 해 미국으로 유학을 보낸 A사의 사장을 향한 무성한 소문이 생기면서 급기하는 외화유출의 의심까지 받게 되었다. 코스닥 상장에 도움을 주기위해 설립했던 지사가 이제는 오히려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꼭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미국시장에 진출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업체도 있다. 감시 카메라를 통해 찍은 화면을 디지털로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DVR에 장착되는 보드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고 있는 B사는 미국의 주요 DRV 업체에 보드를 납품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사태이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여 미국이 주요 4개 업체를 대상으로 매출액이 5백만불을 넘어 섰다. 고객사 관리와 영업등을 위해 지사를 설립할 것을 고려해 보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 굳이 지사를 설립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미국 시장을 관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B사는 지사를 설립하는 대신 미국의 마케팅 컨설팅 업체와 마케팅 및 지사 대행 업무 계약을 체결하였다. 미국내 고객과는 연락사무소 역할을 담당하고 매월 시장 조사와 경쟁상황을 보고하도록 하였으며 각종 마케팅관련 내용 즉 고객상담 및 신규고객 유치등의 필요가 생기면 한국 본사에서 인원이 파견되는 형태로 운영되었다. 미국내 제품에 하자가 생기면 바로 교환하고 이를 모아서 한국으로 보내어 수리하는 형식으로 고객 서비스를 제공했다.
미국에서 지사를 설립하여 2-3명의 직원을 두고 운영하는 데는 적어도 1년에 최소한 50만불 이상 소요되기 마련이다. B사는 이러한 비용을 줄일수 있었으며 전문가를 통한 효과적인 마케팅을 펼칠수 있어 2008년도에는 보드와 소프트웨어 만이 아닌 DVR 완제품을 미국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 지사를 설립할 계획은 없다.
미국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지사설립이 능사는 아니다. 또한 지사는 정당한 사업활동과 시장진입을 위한 교두보라는 고유한 목적을 위해 설립되어야 한다. 회사의 가치는 경영실적에 좌우되는 것이다. 여기저기 지사가 많다고 해서 높아 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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